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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의 작가: 황현산
    이달의 작가, 이 계절의 작가/2018 2019. 9. 9. 19:20

    사진 ⓒ 안상수


     

     

     9월의 작가,

     황현산 (1945-2018)

     

     

     9월의 이야기는 '만나다'인데, 실은 얼마 전 이 저자는 우리에게서 떠나갔습니다. 외딴섬에서 태어나 책을 거의 접하지 못하고 자란 그는, 초등학교 때 교무실 서가에 꽂힌 문학 논문들을 우연히 발견했다고 합니다. 어린 그가 어려운 학술 논문들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논문에 드문드문 인용된 시들을 읽으며 처음으로 문학을 '만나'게 됩니다. 그 만남이 그의 내면을 뒤흔들어, 이후 그는 문학을 공부하며 가르치는 선생으로, 프랑스어 문학 작품들의 뛰어난 번역가로, 각별히 시를 사랑하고 옹호한 비평가로, 그토록 사랑하던 책들에 파묻혀 평생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다 그는 떠나갔지만, 그가 쓴 문장들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우리가 그렇게 계속 만날 수 있다면, 어떤 죽음도 무정한 작별도 그 말들의 생명을 앗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

     

     

     "시는 패배를 말하는 시까지도, 패배주의에 반대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 같다."

     

     "나는 늘 시에 대해서 말하고, 시와 말을 하면서, 일상에 쫓기고 있는 한 마음의 평범한 상태가 어떻게 시적 상태로 바뀌는가를 알려고 애썼다 (…) 진실한 것이건 아름다운 것이건 인간의 척도로 파악하기 어려운 것에까지 닿으려고 정진하는 시의 용기와 훈련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이 이 세상의 것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지극히 절망적인 순간에 그 절망을 말하면서까지도,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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