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동사/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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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동사: 바다-하다이달의 동사/2020 2020. 8. 15. 18:02
8월의 이야기, 바다-하다 8월의 동사는 '바다-하다'입니다. '바다-하다'를 다른 동사로 바꾸는 일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바다에 대한 동사들을 무한히 더한다고 해서 '바다-하다'가 될 수도 없습니다. 그래도 (불가능한) 시도를 해봅니다. 푸르고, 검고, 희고. 흐리고, 물결치고, 파도가 부서지고. 밀려오고, 밀려나가고. 고요하고, 영원하고, 무한하고. 고요하지도, 영원하지도, 무한하지도 않고. 차갑고, 깊고, 압도하고. 눈부시고, 잔잔하고, 꿈에 잠기고. 불타오르고, 끓어넘치고. 모든 것을 지우고. 흘러온 모든 것이 다시 만나고. 2020년 8월, 『책방오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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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동사: 어루만지다이달의 동사/2020 2020. 4. 11. 16:11
4월의 이야기, 어루만지다 4월의 동사는 '어루만지다'입니다. 거리를 두고 서로에게 닿지 않아야 하는 시간을 지난 두 달 동안 통과하면서, 이 동사가 간절해졌습니다. '매만지다' '쓰다듬다' '쓸어내리다' 같은 비슷한 동사들이 있지만, '어루만지다'는 그중에서도 특별한 것 같아요. 형용 못할 마음의 깊음과 슬픔과 사랑이 말 그대로 '어루만지듯' 배어 있습니다. 그 말이 마음을 어루만져주었어, 라고 우리는 이따금 말합니다. 그 눈길이, 그 풍경이 어루만져주었어. 만질 수 없는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그 순간 어루만져지는 걸까요? 2020년 4월, 『책방오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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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동사: 발견하다이달의 동사/2020 2020. 2. 14. 16:00
2월의 이야기, 발견하다 2월의 동사는 '발견하다'입니다. 무언가를 문득 발견하는 순간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런 문장을 적어봅니다. '어느 사이 내 마음에 (......)이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괄호 안에 이런 단어들을 넣어봅니다. 사랑. 그리움. 슬픔. 새로운 고통. 조용한 기쁨. 이런 낱말들도 넣어봅니다. 바다. 숲. 햇빛. 새로운 은하. 봄. 어느 사이 마음에 자라나는 그걸 문득 발견하는 우리 2월을 생각합니다. 2020년 2월, 『책방오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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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동사: 마음을 열다이달의 동사/2020 2020. 1. 3. 14:07
1월의 이야기, 마음을 열다 1월의 동사는 '마음을 열다'입니다. 마음을 연다는 건 뭘까, 생각해 봅니다. 문처럼, 창문처럼 여는 걸까요? 가만히 조금씩 여는 걸까요, 한번에 활짝 여는 걸까요? 낮에는 햇빛과 바람이 창 안으로 들어오고, 밤에는 불빛과 공기가 바깥으로 새어나가게 될까요? 차고 깨끗한 공기가 가슴 가득 들어찰까요? 새어나간 밝은 빛은 얼마간 주변을 밝히게 될까요? 그렇게 선선히 마음을 여는 우리들의 1월을 생각합니다. 2020년 1월, 『책방오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