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동사/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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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동사: 안부를 묻다이달의 동사/2019 2019. 12. 13. 16:52
12월의 이야기, 안부를 묻다 12월의 동사는 '안부를 묻다'입니다. 잘 있나요? 잘 있었어? 건강하신가요? 어떻게 지냈어, 그동안? 이렇게 안부를 물으면, 안부에 답하는 말들이 돌아오지요. 반가워요. 야, 반갑다. 늘 생각만 하고 연락을 못했네, 미안. 밥 한번 먹자. 식사 한번 같이 해요. 해 가기 전에 봐요. 얼굴 까먹기 전에 만나. 읽다 둔 책처럼 문득 서로를 다시 펼쳐 몇 줄의 문장을 곰곰이 읽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 우리 12월을 생각합니다. 2019년 12월, 『책방오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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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동사: 나아가다이달의 동사/2019 2019. 11. 4. 18:02
11월의 이야기, 나아가다 11월의 동사는 '나아가다'입니다. 처음에는 '이겨 나가다'라고 할까 생각했습니다. '이기다'는 승자와 패자가 생기는 동사이지만, '이겨 나가다'는 주어의 의지가 더 중요한 동사라서 괜찮을 것도 같았어요. 같은 결로 '헤쳐 나가다'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려움을, 슬픔을, 앞날을 헤쳐 나가는 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에 대해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두 동사 모두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저 '나아가다'라는 동사가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아가다. 이 간명한 동사에 의지, 의연함, 결기, 삶에 대한 사랑이 고요히 다 들어 있습니다. (상처나 병이 회복되는 '나아가다'와 동음이의어인 것도 좋고요.) '요즘 어때요?'라고 누군가 물어온다면, 이렇게 가만히 대답하는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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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동사: 따뜻하게 하다이달의 동사/2019 2019. 10. 14. 13:24
10월의 이야기, 따뜻하게 하다 10월의 동사는 '따뜻하게 하다'입니다 '따뜻하다'라는 형용사도 좋지만, 따뜻함을 위해 가만히 몸을 기울이는 이 동사에 더 마음이 갑니다. 설령 우리가 사랑한다 말한다 해도 희망을 품겠다고, 아무것도 저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해도 그 마음에 따뜻함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세상에는 희망차고 밝은 따뜻함만 있는 건 아니라고, 아픔 속에서도 의지가 있다면 따뜻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니 따뜻하게, 오직 따뜻하게 해요. 우리가 말하고 침묵하며 사랑하고 용서하고 간절히 손을 내미는 모든 순간의 틈과 마디들을. 2019년 10월, 『책방오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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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동사: 악수를 청하다이달의 동사/2019 2019. 10. 14. 13:16
9월의 이야기, 악수를 청하다 9월의 동사는 '악수를 청하다'입니다. '악수하다' '악수를 나누다'라고 쓰면 손과 손이 맞닿는 순간이 짧게 느껴지는데, '악수를 청하다'라고 쓰면 '손을 내밀어봐야지' 하고 선선한 마음을 먹는 순간부터 헤아리게 되어서인지 더 긴 시간으로 느껴집니다. 악수를 '청하는' 것이어서, 어떤 강요도 약속도 없는 것이어서, 어쩌면 거부당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얼마간의 떨림과 용기도 느껴집니다. 지금, 누구에게 악수를 청하고 싶으신가요? 떠오르는 사람의 얼굴이, 또는 기억이, 지나간 어떤 시기가 있으신가요? 그것이 누구든, 어쩌면 스스로에게라도 무심코 악수를 청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은 9월입니다. 2019년 9월, 『책방오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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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동사: 생각에 잠기다이달의 동사/2019 2019. 9. 2. 20:01
8월의 이야기, 생각에 잠기다 8월의 동사는 ‘생각에 잠기다’입니다. 생각하다. 생각이 나다. 생각을 떠올리다. 생각을 이어가다. 생각에 빠져들다. 생각에 관한 많은 동사가 있지만, ‘생각에 잠기다’만큼 고요하고 깊게, 골똘하게 생각하는 동사를 찾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깊은 생각에 잠긴 사람의 눈을 생각합니다. 오롯이 그 자신이 되어 있는 것 같아 차마 방해할 수 없는 조용한 옆모습을. 읽던 페이지에 밑줄을 그어두고, 잠시 책을 덮어놓고서 한없이 내밀한 생각에 잠겨든 사람의 얼굴에서 스며나오는 빛을. 2019년 8월, 『책방오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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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동사: 용기를 내다이달의 동사/2019 2019. 9. 2. 19:58
7월의 이야기, 용기를 내다 7월의 동사는 ‘용기를 내다’입니다. ‘용감하다’와 ‘용기를 내다’의 차이가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용감하지 않아도 우리는 용기를 낼 수 있지요. 그런데 그렇게 용기를 내는 순간, 우린 문득 용감한 사람이 되어 있기도 합니다. 용기를 내어 할 수 있는 일에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용기를 내어 고백을 하고, 용기를 내어 도전을 하고, 용기를 내어 악수를 청하고, 그렇게 힘껏 삶을 껴안는 우리의 용감한 7월을 생각합니다. 2019년 7월, 『책방오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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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동사: 여행하다이달의 동사/2019 2019. 9. 2. 19:48
6월의 이야기, 여행하다 어느 틈에 찾아온 여름 속에서, 무탈히 지내고 계신가요? 책방오늘, 이 벌써 열 번째 페이지를 여는 유월, 이 달의 동사는 ‘여행하다’입니다. 문득 멀리 떠나고 싶은 순간들이 일상 속으로 찾아오곤 하지요. 여행에 관한 멋지고 깊고 재미있는 책들을 서가에 모아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의 인생 자체가 여행인지도 모르겠어요. 떠나고, 스쳐가고, 만나고, 헤어지고, 재회하고, 발견하고, 움직이고, 나아가는 모든 순간들 속에서, 부디 모두 무사하시기를. 2019년 6월, 『책방오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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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동사: 사랑하다이달의 동사/2019 2019. 9. 2. 19:42
5월의 이야기, 사랑하다 얼마나 단순하고 아름다운 동사인지, 때로는 얼마나 복잡한 동사인지요.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사랑을 합니다. 그 대상이 누구이든,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심지어 기억 속에만 있다 해도.....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절망과 슬픔과 무력함의 순간에도 최소한 우리는 사랑할 수 있고, 때로는 그게 우리 존재의 최대치가 됩니다. 그러니 우리, 사랑을 믿기로 해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기로 해요. 절대로 차가워지지 않기로 해요. 2019년 5월, 『책방오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