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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의 작가: 존 버거
    이달의 작가, 이 계절의 작가/2022 2022. 8. 17. 19:30

     

    책방오늘, 여름의 작가

     

    존 버거

    John Berger, 1926-2017

     

     

    오랜 시간 동안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한 것은 무언가가 말해질 필요가 있다는 직감이었다. 말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아예 말해지지 않을 위험이 있는 것들. 나는 스스로 중요한, 혹은 전문적인 작가라기보다는 그저 빈 곳을 메우는 사람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몇 줄을 쓴 다음엔 단어들이 다시 자신들이 속한 언어 생명체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게 내버려 둔다. 그러면 거기에서 한무리의 다른 단어들이 그 말들을 알아보고 맞아 준다. 그들 사이에 의미의 유사함, 반대 의미, 비유, 운율이나 리듬 같은 것들이 생겨난다. 나는 그들이 나누는 담소에 귀를 기울인다. 그렇게 함께 단어들은 내가 자신들에게 부여하기로 한 의미를 놓고 경쟁한다. 그들은 내가 부여한 역할에 대해 질문한다.

    그러면 나는 문장을 다듬고, 단어를 한두 개 바꾸어서 다시 밀어 넣는다. 다시 담소가 시작된다.

    잠정적인 동의를 나타내는 낮은 웅성거림이 들릴 때까지 그 과정은 계속된다. 그러고 다음 문단으로 넘어간다.

    다시 담소가 시작된다...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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