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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전화부스Introduction/오늘의 전화부스 2019. 8. 29. 18:23
오늘, 의 전화부스
우리 서점에는 유리문이 달린 공중전화부스가 있고, 그 안에는 동전을 넣는 방식의 하늘색 공중전화기가 있습니다.
수화기를 귀에 대고 숫자 버튼을 누르면 작가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더 이상 이 세상에 있지 않은 작가들. 버지니아 울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제임스 조이스. 박완서와 박경리.
이 전화기에는 중간에 멈추는 기능이 없습니다. 그래서 약 50초 동안 그들의 목소리를 들은 뒤 다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작가들의 목소리 대신 다른 소리가 들리는 버튼도 있습니다.
종이 위에 연필로 글씨 쓰는 소리.
타이프라이터 소리.
산을 오르는 발자국 소리.
바람과 세찬 파도.
오늘, 의 전화부스는 다른 시간들을 오늘로 초대합니다.
다른 세계의 순간들이 이 세계로 접속됩니다.
아무렇지 않게, 그저 고요하게.
그런데 그건 어쩌면,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언제나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2018년 9월,
창간호 『책방오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