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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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동사: 만나다이달의 동사/2018 2019. 9. 2. 17:09
9월의 이야기, 만나다 책방오늘, 의 첫번째 이야기는 '만나다'입니다. 여러분을 처음 만나는 9월, 우리가 누군가를 또는 무엇인가를 처음으로 만나는 순간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세상을 만났던 그 기억할 수 없는 순간부터, 수없이 많은 만남 속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지요. 하나의 세계가 문득 우리 앞에 열리고, 우리 안에서 무언가가 깨어나는 순간. 스며들고 번지는 순간. 그 파문으로 미세히 내면이 흔들린 존재들이 미지의 영역을 향해 열리며 지금 막 나아가기 시작한, 그 이상하고 신비한 시간. 각기 다른 책 속에 담긴 만남의 이야기들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18년 9월, 창간호 『책방오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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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이야기-내일도 새들이 노래할 거예요.Introduction/간판 이야기 2019. 8. 29. 18:43
내일도 새들이 노래할 거예요 저희 서점의 간판 자리에는 책방오늘, 이라는 상호 대신 문장이 씌어 있습니다. 내일도 새들이 노래할 거예요. 어린 시절, 세상 모든 간판들이 의미있는 문장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다같이 약속을 해서 상호들은 그 아래에 쓰면 좋겠다고요. 간판들마다 문장이 적혀 있다면 우리는 거리를 걸으면서, 또는 버스의 차창 밖으로 수많은 문장들을 읽게 되고, 그 문장들을 내건 주인들과 마음 속으로 대화를 나누게 되고, 도시 전체가 한 권의 책이 되지 않을까…… 그런 터무니없는 몽상을 했더랬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서점을 내면서 상호 대신 어떤 문장을 적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떠오른 것이 채플린의 무성영화 에 나오는 대사였습니다. 오갈 데 없이 가난한 주인공 사내(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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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전화부스Introduction/오늘의 전화부스 2019. 8. 29. 18:23
오늘, 의 전화부스 우리 서점에는 유리문이 달린 공중전화부스가 있고, 그 안에는 동전을 넣는 방식의 하늘색 공중전화기가 있습니다. 수화기를 귀에 대고 숫자 버튼을 누르면 작가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더 이상 이 세상에 있지 않은 작가들. 버지니아 울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제임스 조이스. 박완서와 박경리. 이 전화기에는 중간에 멈추는 기능이 없습니다. 그래서 약 50초 동안 그들의 목소리를 들은 뒤 다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작가들의 목소리 대신 다른 소리가 들리는 버튼도 있습니다. 종이 위에 연필로 글씨 쓰는 소리. 타이프라이터 소리. 산을 오르는 발자국 소리. 바람과 세찬 파도. 오늘, 의 전화부스는 다른 시간들을 오늘로 초대합니다. 다른 세계의 순간들이 이 세계로 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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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사Introduction/첫인사 2019. 8. 29. 16:20
우리 만남을 위해 오실 때 경비견을 데려오지 마세요 굳은 주먹도 가져오지 마세요 (……) 다만 이른 아침 당신의 정원을 보여주세요 ㅡ 울라브 하우게Olav H. Hauge 「당신의 정원을 보여주세요」,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봄날의책, 2017) 2018년 9월, 책방오늘, 의 문을 엽니다. 손으로 만지고 쓰다듬을 수 있는 종이의 물성을 모니터보다 믿으며,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의 생명과 온기를 믿으며, 종이책의 운명을 따뜻하게 지켜보며 함께하려 합니다. 책이라는 사물의 매력을 따라, 그것이 우리의 존재를 확장시켜주는 신비로운 힘을 따라 천천히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빕니다. 2018년 9월, 창간호 『책방오늘』에서.